블로그 · 우리 반만의 졸업앨범

우리 반만의 졸업앨범은 왜 다른 반과 닮아갈까

앨범을 다 만들고 나서 처음부터 넘겨보면, 반 페이지들이 어느 순간 서로 닮아 보이는 때가 있습니다. 제작사양서대로 면수도 맞고 구성도 맞는데 그렇습니다.

배경도 같고, 서 있는 자리도 같고, 얼굴만 바뀝니다.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같은 구도에 반만 바꿔 세우면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교정지를 형광등 아래 놓고 한 장씩 넘기다가 손이 멈춘 적이 있어요. 이거 다 같은 사진 아닌가.

수업 중인 교실 전경

반 페이지가 서로 닮아지는 이유

촬영은 대개 하루에 몰립니다.

볕이 좋은 자리를 한 번 잡아두면 그 자리에서 반을 차례로 부르는 게 제일 빠르고, 실제로 그렇게 진행됩니다. 저도 그렇게 찍는 날이 있어요.

그러면 사진 자체에는 흠이 없습니다. 얼굴 다 보이고, 빛도 고르고, 인쇄도 깨끗해요.

다만 그 페이지에 그 반이 없습니다.

어느 반이든 들어가도 말이 되는 사진이 되어버려요. 앨범을 펼친 아이가 자기 반 페이지를 알아보는 근거가 자기 얼굴 하나뿐이 됩니다.

그런데 반마다 한 해가 달랐습니다

같은 학년, 같은 시간표를 지나와도 반마다 남은 것은 다릅니다.

유독 시끄러웠던 반이 있고, 조용한데 웃음이 길게 가는 반이 있습니다.

교실 뒤 게시판에 붙어 있는 것도 다르고, 그해에 유행한 놀이도 다르고, 다 같이 웃는 지점도 다릅니다.

아이들은 이걸 압니다.

앨범을 받아 들면 자기 반 페이지에서 그 흔적부터 찾아요. 없으면 금방 넘겨버립니다.

우리 반만의 졸업앨범은 사진을 더 많이 넣어서 되는 게 아니라, 그 반에만 있던 것이 한 컷이라도 들어갔을 때 됩니다.

컨셉은 아이들이 정할 때 살아납니다

반 단체 컷에 컨셉을 넣자는 이야기가 나오면, 저는 반에서 정해서 나오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어른이 정해준 컨셉은 어른 눈에는 예쁩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시키는 일이 돼요. 아이들이 그 자세를 취하면서 서로 눈치를 봅니다. 표정에 그게 그대로 남습니다.

반대로 교실에서 저희끼리 정하고 나온 반은 다릅니다. 정하는 과정에서 이미 한바탕 웃고 오거든요. 카메라 앞에 설 때는 그 여운이 남아 있어서, 자세를 잡기 전부터 얼굴이 풀려 있습니다.

거창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 같이 한쪽을 보는 것, 손 모양 하나, 반 전체가 같은 물건 하나를 드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해요.

중요한 건 모양이 아니라 "이건 우리가 정한 거예요"라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 말이 나온 다음 컷이 대체로 제일 낫더라고요.

처음에는 반대로 생각했습니다. 예쁘게 잡아주는 게 제 일 아닌가 싶었어요.

두 선생님과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

그 반에서만 통하는 것

담임 선생님이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이 있는 반이 있습니다. 칠판 구석에 늘 적혀 있던 문장이나, 반 아이들끼리만 아는 별명 같은 것도요.

밖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 한마디를 꺼내면 반 전체가 웃습니다.

물건도 그렇습니다. 교실 뒤에 놓인 화분, 손때가 앉아 미끄러워진 공, 사물함 위에 얹혀 있는 무언가.

이런 게 한 컷 들어가면 그 페이지는 설명이 필요 없어집니다. 한참 뒤에 펼쳐도 그때가 바로 돌아와요.

잘 찍은 사진이 아니라 아는 사진이 됩니다. 이걸 알기 전에는 왜 굳이 저런 걸 찍느냐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저도 확신이 없었어요.

촬영자가 "이 반은 이런 반이구나" 알아차리는 순간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공기가 반마다 다릅니다. 웅성거리는 소리의 결도 다르고, 창을 열어둔 반에서는 운동장 바람이 같이 들어옵니다.

우르르 몰려와서 먼저 말을 거는 반이 있고, 자리에 앉은 채로 조용히 지켜보는 반이 있어요.

저는 여기서 그날 그 반을 어떻게 찍을지를 정합니다. 앞의 반에 통했던 방식이 다음 반에는 안 통하는 일이 흔합니다.

정작 그 반다운 장면은 대열에서 잘 나오지 않습니다. 복도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이, 다 찍고 교실로 돌아가는 길, 자리를 정리하다가 누가 한마디 던졌을 때. 그 틈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대열이 서기 전에 카메라를 꺼내두고, 끝났다고 말한 뒤에도 조금 더 들고 있습니다. 이때 담기는 얼굴이 표정이 살아있는 졸업사진에서 말한 그 표정입니다. 지시를 따르는 얼굴이 아니라 그냥 그 반의 얼굴이요.

학교와 담임 선생님이 미리 해두시면 달라지는 것

반 컨셉을 교실에서 정해 나오기. 현장에서 정하면 시간도 걸리고, 정하는 동안 표정이 식습니다. 정해서 나오면 그 시간이 통째로 촬영에 남아요.

그 반의 물건이나 장면을 알려주기. 저는 그 반을 모르고 들어갑니다. 무엇이 그 반에게 의미 있는지는 담임 선생님만 아세요. 한두 개만 미리 알려주시면 촬영 중에 챙겨서 담습니다.

대열 촬영 앞뒤로 여유 두기. 줄을 세우는 일 자체는 졸업앨범 단체사진에 적어두었지만, 반의 얼굴이 나오는 건 그 앞뒤입니다. 순서가 빡빡하면 제일 먼저 사라지는 부분이에요.

자주 묻는 질문

우리 반만의 졸업앨범은 어떻게 만들 수 있나요? 반에서 미리 정하고 나오는 것이 가장 큽니다. 컨셉이든 소품이든 반이 직접 고른 것은 사진에 표정으로 남습니다.

반 페이지가 다 비슷해 보이는 건 왜 그런가요?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반만 바꿔 서기 때문입니다. 배경과 구도가 고정되면 남는 차이가 얼굴뿐이 됩니다.

반 컨셉은 누가 정하는 게 좋을까요? 아이들이 정할 때 가장 잘 살아납니다. 어른이 정해준 컨셉은 현장에서 시킨 일이 되기 쉽습니다.

특별한 소품이나 준비물이 있어야 하나요? 거창한 것은 필요 없습니다. 교실에 원래 있던 물건이 오히려 그 반다운 페이지를 만듭니다.

담임 선생님이 도와주실 수 있는 게 있나요? 그 반에서만 통하는 장면이나 물건을 촬영 전에 알려주시는 것입니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부분입니다.


반마다 한 해가 달랐다는 건 사실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다만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게 잘 안 남을 뿐이에요.

남기려면 촬영 날 조금 다르게 준비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반에서 정하고 나오는 것, 그 반의 물건 하나를 알려주시는 것, 대열 앞뒤로 숨 쉴 틈을 두는 것. 이 정도면 페이지가 달라집니다.

앨범은 오래 뒤에 펼쳐지는 물건이라, 그때 웃음이 터지는 페이지는 대개 잘 찍힌 페이지가 아니라 그 반이 남아 있는 페이지입니다. 우리 반 이야기를 어떻게 담으면 좋을지 궁금하시면 졸업앨범 상담 안내를 참고해 주세요.


글쓴이: 안영강 · 폴라스튜디오 대표, 현장 촬영 디렉터. 촬영부터 인쇄·제본까지 졸업앨범을 직접 만들어 온 사람입니다. 관련 글: 표정이 살아있는 졸업사진 · 졸업앨범 단체사진 · 폴라스튜디오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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