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졸업앨범 표지 디자인

졸업앨범 표지 디자인은 10년 뒤의 얼굴입니다

제작사양서의 표지 항목은 한 줄로 끝납니다. 하드커버, 무광 코팅. 그런데 앨범을 책장에 꽂아두면 보이는 건 그 한 줄이 만든 표지와 책등뿐이에요.

본문은 펼쳐야 나오지만 표지는 늘 밖에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표지는 디자인 중 하나가 아니라, 한참 뒤에 그 책을 알아보게 하는 얼굴에 가깝습니다.

졸업앨범 표지 디자인은 크게 사진 중심, 글자와 상징 중심, 그림 중심 세 갈래로 나뉘어요. 학교의 성격과 그해 쓸 수 있는 사진에 따라 맞는 쪽이 달라집니다.

선생님과 둘러앉아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

표지가 하는 일은 예쁜 것이 아닙니다

표지를 정할 때 학교에서 제일 자주 나오는 말이 "예쁘게"입니다. 당연한 요청이지만, 예쁨은 기준이 되기 어려워요. 사람마다 예쁜 게 다르고, 무엇보다 지금 예쁜 것과 나중까지 예쁜 것이 다릅니다.

저는 표지를 정할 때 다른 질문을 먼저 놓습니다. 한참 뒤에 이 앨범을 책장에서 꺼낼 때, 표지만 보고 몇 학년도 어느 학교 앨범인지 알 수 있는가.

이 질문 하나로 정리되는 게 꽤 많습니다. 학교 이름과 연도가 어디에 얼마만큼 들어가야 하는지, 사진을 크게 쓸지 말지가 여기서 갈립니다.

표지 유형은 크게 3가지입니다

상담에서 나오는 방향은 결국 사진 중심, 글자와 상징 중심, 그림 중심 3가지로 모입니다.

사진 중심 표지. 대표 컷 한 장을 표지 전체로 씁니다.

그해 그 학교의 공기가 그대로 얼굴이 되니까 힘이 셉니다. 다만 그만큼 사진을 고르는 일이 어려워요.

특정 반이나 특정 아이가 크게 들어가면 그것대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래서 학교 전경이나 뒷모습·실루엣처럼 한 사람이 주인공이 되지 않는 컷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자와 상징 중심 표지. 학교 이름과 연도, 교표 정도만 놓고 나머지는 비웁니다.

차분하고 오래 갑니다. 유행을 덜 타서 몇 해가 지나도 촌스러워지지 않는 쪽이에요.

대신 심심해 보이기 쉬워서, 종이와 후가공으로 무게를 채워야 합니다. 사진이 충분히 모이지 않은 해에도 안전한 선택입니다.

그림이나 일러스트 표지. 학생이 직접 그린 그림을 표지에 올리는 학교도 있습니다.

완성도만 놓고 보면 사진 표지를 못 따라갈 수 있어요. 그런데 그 학교에만 있는 표지가 됩니다.

미술 활동이 활발한 학교라면 잘 맞습니다.

어느 쪽이 낫다는 답은 없습니다. 학교의 성격과 그해에 쓸 수 있는 사진에 따라 맞는 쪽이 달라집니다. 본문을 잡지처럼 구성하는 매거진 스타일 졸업앨범이라면 표지도 그 결을 따라가는 게 자연스럽고요.

교표와 교색은 하나만 크게 씁니다

학교 상징을 표지에 넣고 싶은 마음은 대부분 같습니다. 문제는 넣을 게 여럿이라는 거예요. 교표, 교화, 교목, 교색, 교훈까지 5가지나 됩니다.

이걸 다 넣으면 표지가 안내판이 됩니다.

하나를 정해 크게 쓰고, 나머지는 물러나게 둡니다. 교표를 쓰기로 했다면 교표를 시원하게 쓰고 교색은 배경이나 책등에만 얹는 식이에요. 교화를 쓴다면 그림을 크게 놓고 교표는 작게 내립니다. 주인공이 둘이면 둘 다 죽습니다.

교색도 그대로 다 채우면 부담스러워집니다. 색을 면 전체에 깔기보다 띠나 글자, 제본 실 같은 데에 쓰면 학교 색이라는 건 알아보면서 답답하지 않아요.

넣지 않는 선택도 있습니다. 학교 이름이 이미 들어가 있으면 상징이 없어도 어느 학교 앨범인지 알 수 있으니까요.

손을 흔드는 아이

자주 나오는 아쉬움 3가지

글자가 너무 많은 표지. 학교 이름, 연도, 졸업앨범, 교훈, 축하 문구까지 올라가면 시선 둘 곳이 없어집니다.

표지는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알아보게 하는 자리예요. 학교 이름과 연도, 졸업앨범이라는 말. 이 3가지면 충분합니다.

그해 유행이 그대로 박힌 표지. 유행하는 서체나 그래픽을 크게 쓰면 그 순간엔 세련돼 보입니다.

그런데 앨범은 한참 뒤에 다시 펼치는 물건이에요. 유행은 지나가고, 지나간 뒤에는 그 유행이 표지에 그대로 남습니다.

유행을 아예 피할 필요는 없어요. 다만 표지 전체를 유행에 걸지는 않습니다.

화면에서 예뻤는데 실물이 다른 표지. 이게 제일 흔합니다.

종이와 후가공이 색과 질감을 바꾸기 때문이에요. 무광 코팅은 색을 차분하게 눌러주고, 유광은 대비를 세게 올립니다.

형압은 눌러서 요철을 만드는 방식이라 손끝에 걸리는 맛이 생기지만, 잔글씨나 가는 선에는 잘 얹히지 않아요.

화면으로만 보고 정하면 이 차이를 알 수 없습니다. 색이 왜 달라지는지는 졸업앨범 인쇄 색감에 따로 적어두었습니다.

그래서 표지 이야기를 할 때는 종이 견본을 옆에 놓고 합니다.

하드커버 모서리를 한 번 만져보시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같은 남색이어도 무광 종이 위의 남색은 손끝에서 서늘하고, 유광은 미끄럽습니다.

만져보고 정한 표지와 화면만 보고 정한 표지는 받았을 때 반응이 다릅니다.

표지는 본문보다 먼저 정해집니다

일정 이야기에서 제일 자주 어긋나는 지점입니다. 본문 편집이 다 끝난 뒤에 표지를 정하려는 경우가 있어요. 순서가 반대입니다.

표지가 먼저 정해져야 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표지의 색과 결이 본문 전체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에요.

표지가 차분한 무광인데 본문만 화려하면 한 권 안에서 따로 놉니다.

책등 두께는 본문 쪽수가 확정돼야 나옵니다. 그래도 표지 디자인의 방향 자체는 그전에 서 있어야 해요.

여기에 표지는 본문과 다른 종이에 따로 인쇄되고 후가공까지 거칩니다. 본문보다 손이 더 갑니다.

표지 결정이 늦어지면 그만큼 뒤가 통째로 밀려요. 이건 표지에서 밀린 거였더라고요. 일정을 되짚다 보면 그 지점이 나옵니다.

정리하면, 표지는 마지막에 얹는 뚜껑이 아니라 제일 먼저 세우는 기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졸업앨범 표지 디자인은 어떤 유형이 있나요? 크게 사진 중심, 글자와 상징 중심, 그림 중심으로 나뉩니다. 학교의 성격과 쓸 수 있는 사진에 따라 맞는 쪽이 달라집니다.

교표나 교화를 꼭 넣어야 하나요? 넣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넣기로 했다면 하나를 크게 쓰고 나머지는 물러나게 두는 편이 정리돼 보입니다.

표지에 글자를 얼마나 넣는 게 좋을까요? 학교 이름과 연도, 졸업앨범이라는 말 정도면 충분합니다. 문구가 늘수록 표지는 안내판처럼 보입니다.

화면에서 본 표지와 실물이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종이와 후가공이 색과 질감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종이 견본을 미리 보시면 차이가 줄어듭니다.

표지는 언제까지 정해야 하나요? 본문 편집보다 먼저입니다. 표지가 정해져야 본문의 색과 여백 기준이 잡히기 때문입니다.

표지를 정하기 전에

표지 회의에 들어가면 저는 종이부터 꺼내 놓습니다.

화면을 먼저 켜면 이야기가 예쁘냐 아니냐로 흘러갑니다.

종이를 만지기 시작하면 질문이 달라지거든요. 이 결이 우리 학교랑 맞나, 이 색이 몇 해 뒤에도 괜찮을까.

그 질문까지 갔다면 표지는 거의 정해진 셈이더군요. 어떤 방향이 맞을지 감이 잡히지 않으실 때는 졸업앨범 상담 안내를 참고해 주세요. 학교 상황을 듣고 나면 갈래는 대개 금방 좁혀집니다.


글쓴이: 안영강 · 폴라스튜디오 대표, 현장 촬영 디렉터. 촬영부터 인쇄·제본까지 졸업앨범을 직접 만들어 온 사람입니다. 관련 글: 매거진 스타일 졸업앨범 · 졸업앨범 인쇄 색감 · 졸업앨범 상담 안내


← 블로그 글 목록